안녕하세요. Rabbit입니다! 🐰
지난 글에서는 SAP가 기업의 ‘뇌’와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오늘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SAP 구축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마치 큰맘 먹고 ‘내 집 짓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SAP 도입은 엄청난 기대와 함께 시작돼요.
하지만 현실은 종종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죠.
최신 기술이나 복잡한 시스템 때문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사소하고 인간적인 문제들 때문에 프로젝트가 어려워지곤 합니다. 시스템은 정해진 논리대로 움직이지만, 우리의 일은 그 논리를 살짝씩 비껴가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SAP 구축 프로젝트가 왜 어려운지, 집 짓는 과정에 비유해서 단계별로 알아보겠습니다.
1. 집터 다지기 (프로젝트 착수 단계)
모든 건축의 시작은 땅을 단단하게 다지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SAP 구축 프로젝트의 ‘착수 단계’가 바로 이 과정이에요.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그리고, 목표와 범위를 정하며, 예산과 일정을 세우죠.
이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남의 집 구경하고 우리 집도 저렇게 지어주세요!” 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회사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회사마다 일하는 방식은 사람 얼굴만큼이나 다릅니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속사정은 전혀 다를 수 있거든요.

2. 설계도 그리기 (Business Blueprint)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회사만의 ‘설계도’를 그릴 차례입니다. 현업 담당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꼼꼼하게 듣고, 그 내용을 SAP 시스템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죠.
여기서 가장 큰 암초는 “우리 업무는 단순해요”라는 말입니다.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업무일수록 파고들면 엑셀이나 수기로 처리하던 수많은 예외사항이 숨어있어요. 마치 “거실은 그냥 넓게 빼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소파 놓을 자리, TV와의 거리, 창문 방향 등 디테일을 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가구를 들일 수 없는 것과 같아요.
이런 예외사항들을 설계 단계에서 꼼꼼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나중에 꼭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이거 원래 손으로 하던 건데, 시스템에선 왜 안 되나요?”

3. 본격적인 공사 (시스템 구축 및 개발)
설계도가 나왔으니 이제 벽돌을 쌓고 철근을 올릴 시간입니다. 설계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SAP 시스템을 구성하고, 표준 기능으로 부족한 부분은 ABAP이라는 언어로 맞춤 개발을 진행하죠.
이 단계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분명히 회의 때 이야기한 것 같은데, 상대방은 들은 적이 없다고 하고, 문서에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들이 발생하기 시작하거든요. 기획자와 개발자, 그리고 현업 담당자 사이의 작은 오해가 쌓여 나중에는 시스템의 큰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서로의 언어를 명확히 정리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먼저입니다.
4. 사전 점검 (최종 준비 및 테스트)
집이 거의 다 지어졌습니다! 이제 입주하기 전에 하자는 없는지, 수도는 잘 나오는지, 전등은 잘 켜지는지 확인해야겠죠? 사용자가 직접 시스템을 써보며 문제점을 찾아내는 ‘통합 테스트(UAT)’ 단계입니다.
이때 사용자들은 처음으로 완성된 시스템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치 모델하우스를 구경할 땐 몰랐던 불편함을 발견하듯, 새로운 요구사항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죠.
“어? 이 화면에서 재고 수량도 같이 보이면 좋겠는데요?”
이런 ‘몰랐던 요구사항’은 테스트 단계의 단골손님입니다. 머리로 상상할 때와 손으로 직접 만져볼 때의 경험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테스트는 단순한 오류 점검이 아니라, 실제 살아갈 집의 불편함을 찾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5. 입주! 하지만 하자 보수는 이제부터 (가동 및 지원)
드디어 시스템이 오픈하고, 모든 직원이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진짜 시작은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초기에는 온갖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옵니다.
- “로그인이 안 돼요!”
- “생산 오더 화면에 권한이 없다고 나와요!”
- “데이터가 하나도 안 보여요!”
이 시기 프로젝트팀은 ‘하자 보수 센터’가 되어 쏟아지는 문의 전화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 안정화 기간을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보내느냐가 SAP 구축 프로젝트의 최종적인 성패를 좌우합니다.

이 시기엔 프로젝트팀은 말 그대로 ‘비상대응팀’이 됩니다. 이 기간을 보통 ‘안정화 기간’이라고 부르며 야근과 전화폭탄을 대비하기도 해요. 그만큼 SAP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선 초기 대응이 정말 중요해요.
마무리하며
SAP 구축 프로젝트는 단순히 낡은 시스템을 새것으로 바꾸는 ‘IT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 조직의 문화, 그리고 구성원들의 생각까지 모두 바꾸는 ‘문화 개편’에 가깝습니다. 집을 짓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집에 맞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셈이죠.
그래서 기술보다 사람이 중요하고, 시스템보다 소통이 더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구성원 간의 공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