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Rabbit입니다! 🐰
지난 Legacy에서 SAP로, 컷오버 (Cut-over) 이해하기에서는 컷오버의 완벽한 계획서, 즉 ‘이상’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촘촘한 런북과 수차례의 리허설만 있다면 모든 게 순조로울 것 같았죠?
하지만 현실은 계획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답니다. 오늘은 계획표 뒤에 숨겨진,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로 버텨낸 SAP 컷오버 실무 현장의 땀과 눈물, 그 생생한 ‘현실’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컷오버 현장: 계획은 거들 뿐, 현실은 전쟁터!
컷오버는 보통 기업의 비즈니스가 멈추는 주말이나 명절 연휴에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시간은 프로젝트팀에게는 ‘밤샘 마라톤’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과도 같습니다.
저 역시 한 프로젝트에서 컷오버 기간 동안 30시간 넘게 뜬눈으로 모니터를 지켰던 경험이 생생합니다.
수십 잔의 커피를 링거처럼 마시며 밤을 지새우고, 예상치 못한 에러 메시지와 사투를 벌이는 동료들의 모습은 마치 전쟁터의 지휘 통제실(War Room) 같았습니다. 짧게는 48시간, 길게는 72시간. 이 짧은 시간 안에 수년간의 노력이 성공이냐 실패냐로 판가름 나기 때문에, 현장의 모든 인원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롤백(Rollback)이라는 이름의 비상 버튼
컷오버의 성공은 ‘플랜 A’를 얼마나 잘 따르냐가 아니라, ‘플랜 B(비상 계획)’가 얼마나 완벽한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컷오버는 단 한 번의 시도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한 달이라는 긴 호흡을 두고 주기적으로 시도되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겪었던 한 프로젝트는 한 달 간격으로 주말을 이용해 컷오버를 시도하고, 실패하면 다시 한 달간 밤낮으로 문제를 보완해 재도전하는 끔찍한 여정이었죠.
첫 번째 시도는 ‘기초재고 이관(Initial Inventory Migration)’ 데이터의 정합성이 대량으로 틀어지면서 실패했습니다. 실제 창고의 재고와 시스템 데이터 간의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하고 롤백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한 달 뒤의 두 번째 시도는 제품, 고객, 업체 등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기준정보(Master Data)’ 에서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이슈가 발견되어 또다시 롤백 버튼을 눌러야 했습니다.
롤백은 단순히 작업을 되돌리는 ‘Ctrl+Z’가 아닙니다. 이는 공식적인 실패 선언이며, 다음 한 달간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계획을 전면 재수정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특히 더 까다로운 제조(PP) 모듈 컷오버 체크리스트
모든 모듈이 중요하지만,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의 생산 라인과 직접 연결되는 제조(PP, Production Planning) 모듈의 컷오버는 특히 더 까다롭고 복잡합니다. 공장이 1시간 멈추는 순간,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기 때문이죠. PP 컷오버에서는 다음 세 가지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 필수 체크 리스트 | 내용 (쉽게 말해!) | 비즈니스 영향도 (실패 시) |
| 기초재고 이관 및 검증 | 실제 창고의 재고와 SAP 시스템의 재고 수량을 털끝 하나 오차 없이 맞추는 작업입니다. | 재고 불일치로 인한 생산 계획(MRP) 오류, 영업 기회 손실 발생 |
| 미결 생산 오더 생성 및 전송 | 레거시 시스템의 진행 중이던 생산 오더를 SAP에 생성하고, 이를 공장 현장의 MES으로 문제없이 전송하는지 확인합니다. | 생산 계획 누락으로 인한 생산 라인 중단, 납기 지연 |
| 생산 실적 인터페이스(I/F) 처리 | 다운타임 동안 MES에 쌓여있던 실제 생산 실적 데이터를 SAP로 가져와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입니다. | 원가 계산 오류, 부정확한 재고 정보로 인한 혼란 가중 |
이 세 가지 핵심 과업 중 하나라도 삐걱거리면, 생산 라인이 멈추거나 재고가 뒤죽박죽되는 끔찍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배운 진짜 교훈
수많은 컷오버 현장을 경험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입니다.
“컷오버는 기술적인 시스템 전환이 아니라, 수년간 쌓아온 사람들의 업무 방식과 문화를 새로운 프로세스에 정렬시키는 과정이다.”
결국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죠. 이 극한의 경험을 통해 저는 ‘기본에 충실한 테스트’의 중요성과 ‘동료와의 투명한 소통과 신뢰’가 그 어떤 기술보다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컷오버는 SAP 실무자에게 가장 힘든 순간이자,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게 하는 값진 경험입니다. 이 글이 곧 컷오버라는 전쟁을 앞둔 분들께 작은 위로와 현실적인 조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