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Rabbit입니다! 🐰
지난 글에서 SAP 구축 프로젝트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었죠. 오늘은 그 연장선에서, SAP의 진정한 힘을 발휘하게 해주는 PI (Process Innovation), 즉 프로세스 혁신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PI가 뭔가요? 그냥 업무 개선 아닌가요?”
실무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SAP PI는 단순한 업무 개선이 아니라, SAP 구축의 진짜 목적이자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ERP 구축만 하다가 PI 프로젝트를 처음 접하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죠.
PI (Process Innovation)란, 기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여,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바꾸는 혁신 활동입니다.
단순히 ‘업무를 좀 더 편하게’ 만들거나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개념이에요. 전사적인 관점에서 “원래 이렇게 해왔으니까”라는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기준과 업무 흐름을 만드는 것이 SAP PI의 진짜 핵심입니다.
SAP PI는 왜 중요한가요?
“SAP는 도입했는데 왜 이렇게 불편하죠?”
만약 이런 생각이 든다면, 높은 확률로 PI(프로세스 혁신) 없이 시스템부터 도입했기 때문일 겁니다. SAP는 시스템이라는 ‘도구’이고, PI는 그 도구에 담겨야 할 ‘일하는 방식’이거든요.

프로세스는 그대로 두고 시스템만 바꾼다? 그건 비싼 엑셀을 하나 더 사는 셈이에요.
SAP PI의 도입 목적은 명확합니다.
- SAP, MES, 3rd Party 등 여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선행 프로세스 설계
- 부서별로 따로 놀던 업무가 아닌, 전사 관점의 통합된 업무 흐름 정립
- 디지털 전환, 스마트팩토리, ESG 경영 등 미래 변화에 대한 대응력 확보
결국 중요한 건 시스템이 아니라, ‘어떻게 일할지’를 먼저 정하는 일입니다.
예시 : 생산계획 프로세스는 어떻게 바뀔까?
이해가 잘 안되신다고요? 생산계획 프로세스를 예로 들어 SAP PI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한번 보시죠.
SAP PI 도입 전: 수기 중심, 분절된 업무 흐름
“계획은 엑셀, 지시는 종이, 실적은 손으로… 전부 따로 놉니다.”
- 영업팀이 판매계획을 구두나 엑셀 파일로 전달 → 생산관리팀은 이걸 수기로 취합
- 주간 생산계획을 엑셀로 만듦 → 작업지시서를 종이로 출력해서 현장에 전달
- 작업 실적도 종이에 적어서 다시 전달 → 담당자가 실적을 일일이 ERP에 입력
이 방식의 문제점은 명확하죠. 실시간 파악이 안 되고, 사람의 실수가 잦으며,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아 누가 뭘 했는지 추적하기도 어렵습니다.

SAP PI 도입 후: 실시간 연동 + 표준화된 프로세스
“계획부터 실적까지, 시스템 기반으로 자동 연결됩니다.”
- 영업 판매계획이 SAP의 표준화된 프로세스로 입력 → MRP가 자동으로 생산계획 수립
- 작업지시서는 실시간 전자문서로 발행 → MES와 설비에서 실적 데이터 자동 수집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보고를 위한 별도 작업이 필요 없고,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수작업이 줄어드니 업무 속도와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근데 PI는 ‘자동화’가 아니라구요?
많이들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PI요? 그거 RPA 같은 자동화 아니에요?” 🙅♂️ Nope! PI는 훨씬 더 큰 그림이에요.
PI는 “이 일, 꼭 이렇게 해야 돼?”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 답은 자동화일 수도 있지만, 프로세스 자체를 없애거나, 순서를 바꾸거나,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죠.
- 수기 판매계획 접수? → 없애자!
- 엑셀 생산계획? → 시스템화하자!
- 종이 지시서? → 전자문서로 바꾸자!
- 실적 수기 집계? → 실시간으로 가져오자!
정리하자면, SAP는 ‘툴’일 뿐이고 그 툴로 ‘어떻게 일할지’를 정하는 설계도가 바로 SAP PI입니다. 잘 설계된 PI 없이는 SAP도, MES도, 스마트팩토리도 전부 헛수고가 될 수 있어요.
SAP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PI 먼저, 시스템은 그다음입니다.
SAP PI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PI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진단 → 설계 → 실행’의 3단계로 구성됩니다. 각 단계는 현업의 방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업무를 완전히 바꾸는 과정이에요.

1단계 : 현재 진단 (As-Is Analysis)
‘As-Is 분석’이라고도 불리는 이 단계는 “지금 우리 조직은 어떻게 일하고 있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를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겉만 보는 게 아니라, 업무 흐름, 실제 사용하는 문서, 병목 지점, 중복 업무 등을 샅샅이 분석하고 현업 인터뷰를 통해 진짜 문제를 찾아냅니다.
2단계 : 이상 정의 (To-Be Vision)
진단이 끝났다면 “우리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일하는 방식은 무엇인가?”를 정의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To-Be 프로세스’를 구상하는데요. 단순히 ‘지금보다 빠르게’가 아니라, KPI(핵심성과지표)를 기반으로 목표를 세우고, 선진 사례를 참고하여 전사 관점에서 이상적인 업무 구조를 제안합니다.
3단계 : 실행 설계 (Execution Design)
비전은 그렸지만, 현실로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죠. 이 단계에서는 실제 조직과 시스템에서 실현 가능한 상세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시스템 요구사항을 정의하며, 조직의 역할까지 재설계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만듭니다.
SAP PI는 누가, 왜 하나요?
PI는 ‘IT팀’이나 ‘개발자’의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예요.
PI는 현업과 경영진, 그리고 컨설턴트가 함께 수행하는 협업 프로젝트입니다.
실제 업무를 가장 잘 아는 현업 담당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프로젝트를 이끄는 PI 컨설턴트, 기술 구현을 검토하는 IT 전문가, 그리고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끄는 경영진이 모두 힘을 합쳐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SAP 구축 프로젝트에서 PI는 선택이 아닙니다.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핵심 단계이며, 제대로 된 PI 없이는 SAP도 그저 복잡하고 비싼 전산 시스템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SAP를 구축했지만, 업무는 여전히 수기로 처리되고 데이터는 중복되며 부서 간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 이런 모습은 SAP의 진정한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안타까운 케이스입니다.
PI를 통해 일하는 방식의 본질을 바꾸고 나면, 그 위에 올라가는 SAP는 단순한 툴이 아니라 조직의 신경망이 됩니다. 데이터는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실시간 정보는 의사결정의 무기가 되며, 업무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돌아가게 될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PI의 성공도, SAP 구축의 성공도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설계하고 사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경영진의 의지, 실무자의 참여, 컨설턴트의 역량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진짜 디지털 전환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